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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책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책)

by 빛나는날에 2020.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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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 야매 득도 에세이 "하완"지음

 

작년에 읽었던 에세이다. 우연히 사진첩을 정리하다가 마음에 와닿은 구절을 찍어놓았다. 지금 다시 되짚어 읽어보았으나 처음 보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블로그에 기록해 두고 보고 싶을때마다 꺼내 읽을려고 한다.

 

지금부터  내가 캡쳐해뒀던 에세이 글 내용을 적어본다.

 

한 남자의 인생을 건 본격 야매 득도 에세이.
저자는 대입4수와 3년간 득도의 시간, 회사원과 일러스트레이터의 투잡 생활까지, 
하지만 그동안의 인생 대부분은 인생 메뉴얼의 눈치를 보며 살아 온 것이다. 
이제라도 '남'의 인생이 아닌 '나'의 인생을 살기로 했다.
그래서 극약 처방으로 회사를 그만두었다.
이 책에는 그의 실험에 대한 담담하고 솔직하고 진지한 고민이 담겨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인생을 무겁게만 받아들이지 않고 이야기에 그림을 더해 웃픈 현실을 위트 있게 보여준다. 

 

눈치 보고, 맞춰주고, 참아주고, 손해보고, 비교당하고......., 인간관계는 지친다. 자꾸 내 권리가 뺏기는 것 같고, 나를 잃어버리는 것 같다. 그렇다고 인간관계를 끊을 수도 없고......., 에라, 밥이라도 편하게 먹자. 그렇게 혼자를 택한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예전엔 영화를 어떻게 혼자 보냐고 묻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요즘은 그런 사람들이 줄었다. 혼자 밥도 먹는 세상이니까, 혼자가 편하다는 걸 다들 느끼고 있다. 혼자 영화를 보는 것이 좋기는 한데, 아쉬운 순간도 있다. 바로 영화가 끝나고 나서다. 재미있다, 재미없다 등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나눌 사람이 없다. 

그런 혼밥이나 혼술을 할때도 마찬가지다. 편하고 좋기는 하지만 감정을 같이 나눌 수 없다는 건 좀 쓸쓸한 일이다. 밥을 먹을 때 느끼는 쓸쓸함은 국적 불문 모두가 느끼는 감정인모양이다. 사람이 피곤해 혼자를 택했지만 결국 사람을 그리워하고 있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자꾸 혼자 있고 싶어진다면 그만큼 인간관계로 힘들다는 이야기다. 혼자 있는 시간은 꼭 필요하다. 그 시간은 치유의 시간이다. 인간관계로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해주는 시간. 그렇기에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마시고 얼마든지 혼자 하는 걸 즐겨도 되지 않나 싶다. 그러고 나서는 반드시 돌아와야 한다. 피곤하고 짜증나는 사람들 속으로. 그 사실만 잊지 않으면 된다. 혼자만의 시간은 다시 돌아오기 위한 여행이다. 잠시 떨어져 바라볼 줄 아는 지혜다. 

 

사람들에게 잠시 떨어져 있을 줄 아는 사람. 혼자 있는 외로움을 잘 알면서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혼자 있는게 편하지만 결국 혼자서 살 수 없다는 걸 아는 사람. 외로움을 충분히 즐기고 나선 다시 사람들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 기꺼이 함께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고 싶다. 자, 충분히 즐겼다면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많은 사람이 좋다고 하는 것은 확실히 실패할 확률이 낮다. 뭐랄까, 중간 이상은 한다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나에게 딱 맞는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렵다. 오히려 요즘은 남들의 추천으로 택한 것들로 인해 내가 남들과 취향이 아주 다르고, 사람들 취향이 각양각색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우리는 검색을 한다. 실패하고 싶지 않아서다. 나에게 딱 맞는 것을 찾아 도전하고 위험을 무릅쓰기보단 실패하지 않을 검증도니 '중간 이상'을 택한다. 그렇게 점점 내 생각이나 감각은 중요하지 않게 되어버리고 퇴화하여 어느새 나의 선택을 믿지 못하게 되는 지점에 이른다.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가 중요하지 않고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해져 더는 "나"의 취향이나 감을 믿지 못하고 선택권을 "남"에게 넘겨버린 지금의 우리, 고작 식당 하나, 영화 하나를 고르는 데도 실패할까 봐 용기를 내지 못한다.

 

  그러니 인생은 오죽할까. 안전하다고 유혹하는 "남"들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나"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선택은 어쩌면 "고독한 실패가"의 길이다. 하지만 그 길을 가면 적어도 남들이 하라는 대로 사는 "남"의 인생을 살게 되진 않는다.

  모두가 한쪽으로 우르르 몰려갈 때 용기 있게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나"의 인생을 살게 된다. 실패해도 좋다. 실패했을땐 후회하면 그만이다. 어차피 남의 말만 듣고 우르르 몰려갔던 사람들 대부분도 후회하긴 마찬가지다. 안 그런가? 실패를 두려워 말자. 고독한 실패자가 되자.

  대단한 것부터 말고 "고로"처럼 식당을 찾아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자신만의 취향이란 어쩌면 무수히 많은 실패를 통해 만들어지는 건 아닐지.

 

"나만 뒤쳐지고 있는건 아닐까?"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한다. 아니, 솔직히 너무 자주 한다. 남들은 모두 자리를 잡고, 무언갈르 찾고, 이루고, 앞으로 달려가는것 같은데, 나만 제자리인 것 같아 우리는 자주 불안한다.

  뒤쳐지는 것, 그거 또 내가 전문이다. 나는 4수를 해서 대학에 갔고, 휴학도 했고, 스물다섯 살에 군대에 갔고, 서른이 넘은 늦은 나이에 대학을 졸업해선 3년간 백수로 지냈다. 이것만 봐도 나는 또래보다 6년에서 7년 정도 뒤쳐졌다.

  나는 20대를 시작하면서부터 계속 뒤쳐진 채로 살고 있다. 어쩌면 태어나면서부터 뒤쳐졌는지도모르겠다. 누가 그러지 않았나, 돈많은 부모에게서 태어나는 것도 실력이라고.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내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성공으로 가는 것만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내가 가고자 하는 쪽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형편도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때로는 그 변화가 너무 미미해서 내 욕심만큼 나아가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분명 나는 나아가고 있다. 그러니깐 나는 느린 사람이다. 

 

내가 원래 좀 느려.

 

  나는 예전부터 그 사실을 스스로 인정해버렸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숨기지 않고 말하고 다녔다. 신기한 건 줍녀 사람들이 이래라저래라 잔소리하거나 한심해하지 않고 내 느린 속도를 인정해주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나를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었다. 그런 반응을 보면서 나 역시 뒤처지고 있다는 불안함보다는 천천히 간다는 여유로움이 생겼다. 단골 막걸리 집에서 주인장의 느린 손을 탓하지 않고 기다리는 시간을 즐겼던 것처럼.......,

  나는 농담으로 남들보다 7년이 뒤처지고 있으니 남들보다 7년정도 더 살면 되지 않느냐고 말한다. 아니면 또래보다 7년 젊게 살고 있다고 생각해버린다. 나는 느린 만큼 젊게 산다. 느린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남들과 꼭 속도를 맞춰 살아야 하는 걸까? 사람들은 남들과 똑같이 살기 싫다고 말하면서도 왜 똑같이 맞추려고 애를 쓰고, 뒤처지면 불안해하는 걸까? 그리고 설령 뒤처지고, 느리다고 한들 그게 큰일일까? 사람은 각자의 속도가 있다. 자신의 속도를 잃어버리고 남들과 맞추려다 보면 괴로워진다. 남들과 다르게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남들과 전혀 다른 삶이 된다. 개성이다. 오우. 유니크!

 

  내 삶이 완전히 불안하지 않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나도 종종 불안하다. 하지만 남들보다 뒤처진다는 불안은 크게 없다. 어차피 나는 느리니깐, 그리고 천천히 가다 보니 남들은 저만치 앞서 뛰어가 버려서 어느 쪽으로 따라가야 하는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남들이 어디로 갔든 상관없이 그냥 내 길을 걸아갈 뿐이다. 같은 방향으로 가지않으니 앞서가네, 뒤처지네 하는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게 되어버렸다.

  혹시 지금 뒤처지고 있는 건 아닐까 불안하다면 아마도 뒤처진게 맛을 거다. 하지만 뒤쫒을 필요는 없다. 자신만의 속도와 길을 찾는데 더 중요하다. 느린 건 창피한 게 아니다. 인정하자, 우린 뒤처졌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이런 뻔뻔함이 너무 좋다.

  이왕 늦은 거 천천히 가면 어떨까? 인생도 더 길어졌는데 빨리가서 뭐 하려고 그러나. 나 혼자 느릿느릿 가려니 외로워서 그런다. 같이 천천히 가자. 만약 모두가 합심해서 뛰지 않는다면 이 지긋지긋한 경쟁 사회도 달라질지 모른다. 정말이라니까. 

 

내가 분명히 경고하는데, 출발 신호가 울리면 난 엄청나게 느린 속도로 걸어갈거야. 
지금까지 본적 없는 아주 느린 걸음으로. 그러니까 그런 날 편하게 봐줬음 좋겠어.
나도 편하게 생각할테니까

작가의 이런 뻔뻔함이 좋다. 남들 눈치보지 않고,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남들과 계속 비교가 될때, 작가의 뻔뻔한 생각으로 위로 받고 싶을때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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